2014. 4. 23. 10:44

소네트

THE SONNETS

윌리엄 셰익스피어

 

아름다움이라는 장미가 죽지 아니하도록 함은

아주 아름다운 사람들이 번식하도록 소망하는 지라,

그러나 나이든 자가 때가 되어 죽은들,

젊은 자손이 그의 모습을 이어받으리.

그래도 그대는 자신의 빛나는 눈과 혼약하여

자기 자신을 연료로 삼아 불꽃을 피우노라.

풍요로운 곳에 기근을 맞게 하노니.

그대를 그대의 적으로 삼으면 아름다운 자신에게 너무나 가

혹하노라.

그대는 지금 온누리의 싱그러운 장식이며,

화사한 봄을 알리는 오직 하나의 전령이나,

자신의 꽃봉오리 속에 자기의 재화를 묻고 있으니,

나이어린 구두쇠요, 아끼려다가 낭비하는지라.

    세상을 동정하여라, 않을진댄, 욕심꾼이 되어,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가 무덤과 함께 먹어버리니.

 

 

마흔번의 겨울이 그대의 이마를 감싸고,

그대의 아리따운 얼굴에 깊은 도랑을 파놓으면,

지금은 멋지다고 보는 청춘의 자랑스러운 그대의 의상도,

하찮은 누더기가 돼버리니.

그때 그대의 아름다움은 어디 갔으며,

그대의 젊은 날의 보배는 어디 있냐고 묻자,

움푹 꺼진 눈 속에 있다고 대답하면

치욕스러운 탐식이자, 낭비성 자랑이니라.

나의 예쁜 자식은 내 인생을 결산하여 주며,

그 노년에도 대변해준다라고 대답하면.

그 미모가 그대의 유전임을 증명하느니라,

그대의 미의 활용이 얼마나 찬양을 받을 것인가.

    그대는 늙어서도 젊어지게 될 것이며,

    그대의 피가 차다고 느낄 때 따뜻하게 보이노니.

 

 

거울을 들여다보며, 거기비치는 얼굴에 말할지어다.

이젠 그 얼굴이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할 때라고

지금 그대가 그 얼굴을 발랄하고 젊게 재생하지 않으면,

그대는 세상을 속이고, 어느 어머니를 불행하게 하느니라.

그대를 남편으로서 경작하는 것을 업신여길 만큼

처녀성을 간직한 아름다운 여성이 어디 있으리오?

또는 자기를 이기심의 무덤에 묻고

자손두기를 끊으려는 자가 있으리오?

그대는 어머니의 거울이려니, 그녀는 그대 안에서

아름다운 청춘의 4월을 다시 찾으리.

그대가 주름살이 맺혀져도, 나이 들어 흐려진 창문인

눈을 통하여, 그대의 황금시대를 보게 되리라.

    그러나 살아생전에 기억하여줄 자식을 남기지 않고

    홀로 세상을 떠나면, 그대의 모습도 그대와 함께 죽어

    버리나니.

 

 

아름다움을 낭비하노라고, 어이해 그대는 아름다움이라는

유산을 자기에게만 쓰느뇨?

자연의 유산이란 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나니,

자연은 스스럼없이 관대한 사람에게만 빌려주노라.

아름다운 구두쇠여, 어이해 그대는 남에게

전하라고 증여받은 풍성한 선물을 남용하려는고?

잇속 없는 대금업자여, 어이해 그대는

그 많은 밑천을 다 쓰면서도 목숨도 건지지 못하는고?

그대는 오직 자기하고만 거래하니,

스스로 자신의 미를 기만하고 있느니라.

그러니 자연이 그대를 저승으로 불러들이는 때,

그대는 납득할 만한 계산서를 남길 수 있는고?

    그대가 남긴 미는 그대와 더불어 무덤에 묻히노니,

    사용하였노라면, 유언집행인으로 살아남을 것을.

 

 

그 시간은 모든 사람의 눈길을 받을 아름다운 모습을

그 섬세한 솜씨로 만들어 놓았건만,

머잖아 그 미모에 폭군 노릇을 하여,

뛰어난 아름다움을 아름답지 않게 하노니.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은 여름이란 계절을

지겨운 겨울로 이끌어 가서는 소멸시키며,

서리로 수액이 막히고, 무성한 잎은 메마르며,

아름다움은 눈에 덮여서 온누리는 황량하리라.

그때 만약 여름의 향기가 증류되어

유리병 속에 액체로 갇혀 있지 않는다면

아름다움의 소산도 아름다움과 같이 사라지고 마니,

아름다움은 과거의 추억까지도 잊혀지리라.

    그러나 꽃들이 증류되어 있다면 겨울을 맞아도,

    모습은 잃을지언정 향기는 여전히 살아있으리.

 

 

그대가 증류되기 전에 겨울이 와서 그 험한 손으로

그대의 여름을 손상하지 마라.

유리병을 화사하게 만들어, 미의 보화가

자멸하기 전에 어디엔가 간직하여라.

그런 활용도 금지된 대금업이 아닌즉,

기꺼이 빚을 갚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노니.

그것은 그대가 또 하나의 그대를 길러내는 셈.

또는 하나가 열이 되면 행복도 열 배가 되는 것이니.

만약 열 명의 그대가 열번 다시 불린다면

열 배로 된 그대보다 열 배가 더 행복하리라.

그대가 세상을 떠나도, 그대가 자손 속에

살아남는다면, 죽음인들 어찌 할 수 있으리오?

    고집은 부리지말지어다. 죽음에게 정복당하고

    구더기를 후계자로 삼기에는 그대는 너무나 아름다우니.

 

 

동녁 하늘을 보아라, 저 우아한 빛이

불타는 머리를 들면, 그 눈 아래 모든 무리는

새로이 나타난 광경에 경의를 표하며,

그 신성한 장엄함을 우러러 보리라.

험준한 하늘의 산마루에 오르고 나면,

중년기이나마 혈기왕성한 청년인양,

사람들은 그 황금의 순례를 따르며,

그의 아름다움을 항용 추앙하노라.

그러나 정상의 그루터기에서 수레가 지치고,

허약한 노인처럼 한낮을 벗어나면,

전에는 찬양하던 자들이 이제는 그의 내리막길에서

눈길을 돌려 다른 곳을 보리라.

    그대는 아들 없이, 인생의 절정인 정오를 지낸다면,

    바라보는 눈길도 없이 죽게 되오니.

 

 

듣기 좋은 음악이라, 어이해 그대는 음악을 슬프게 듣느뇨?

감미로움은 서로 다투지 않고, 기쁨은 기쁨 속에서 즐기나니.

그대는 어이해 기쁘게 듣지 않는 것을 사랑하느뇨?

아니면 그대를 괴롭히는데도 기꺼이 받아들이느뇨?

결혼으로 맺어져, 가지가지 음이 아름답게 조화된

화음이 그대 귀에 거슬린다면,

그대를 아름다운 소리로 꾸짖는 거라,

그대가 해야할 일을 혼자서 뭉개버리는 것이니.

하나의 현이 다른 현에 다정한 단짝이 되어

서로 어울려서 조화된 음을 내는 것을 들어보오.

아버지와 아들과 같이, 행복한 어머니가, 하나로 어울려,

하나의 즐거운 노래를 하는 것이라.

    여럿이 노래해도 하나로 들리는 무언의 노래는

    그대에게 노래하노니.독신은 남는 것이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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