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6. 23:18

일반적 시인으로서의 셰익스피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문학론中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은 자신의 주의나 사상을 의식하는 것,

즉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인식이 길잡이가 되어

인간은 다른 인간들의 심정도 깊이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인식 능력을 천부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은

경험을 통하여 이 지능을 연마함으로써 실제적 목적에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세계로부터 그리고 보다 높은 의미에서의 사업으로부터

무엇인가를 터득해 내는 능력은 바로 여기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실은 시인 역시 이러한 재능을 타고난다. 다만 시인은 이 재능을 직접적

이고 세속적인 목적에 쓰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정신적, 보편적 목적에

쓰도록 절차탁마해 온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가 셰익스피어를 가장 위대한

시인들 가운데 하나라고 부를 때, 이와 동시에 우리가 고백하고 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셰익스피어처럼 그렇게 쉽게 이 세계를 인지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며,  자신의 깊은 직관을언어로 표현한 그 어느 누구도 셰익스피어처럼

그렇게 쉽게 고차원으로 함께 끌고 가서 세계의 의식 속으로 인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세계가 우리 눈앞에 완전히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되어, 우리는 갑자기

미덕과 악덕, 위대함과 왜소함, 고귀함과 비열함을 숙지하게 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수단들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이 수단들의 정체를 물으면,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우리의 눈에다 호소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착각으로,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육체의 눈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말을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아마도 눈은 전달이 가장 용이한 가장 명민한 감각 기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적 감각은 이보다도 명민하여, 이것에 이르는 가장 빠른

전달 매체는 언어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눈을 통해 파악하는 것은 그 자체

로서는 서먹서먹한 채로 우리앞에 비치게 되고 우리에게 결코 심원한 인상을

줄수 없는 데 반해서 언어라는 것은 원래부터가 생산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는 철두철미 우리의 내적감각에다 대고 호소한다.

이 내적 감각을 통해서 동시에 상상력에 의한 형상의 세계가 활기를 띠게 되고,

그리하여 우리로서는 무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일종의 완벽한 효과가 발생한다.

마치 모든 것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이 여겨지는 저 착각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엄밀히 고찰해

보면, 거기에는 감각적 행위보다는 정신적 언어가 훨씬 많이 들어 있다.

셰익스피어는 쉽게 상상될 수 있는것, 즉 눈으로 지각될 수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마음속에서 상상될 수 있는 것을 사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햄릿의 유령,

맥베스의 마녀들, 그 밖의 많은 잔혹 행위들은 상상력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본래의 가치를 발휘하며, 짧은 장면들이 그렇게 다양하게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것도 단지 이 상상력을 고려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이런 모든 짤막한 장면

들은, 공연할 때는 짐이 되고 방해가 되며 지긋지긋하게 혐오스럽게까지 생각되지만

책으로 읽을 때에는 경쾌하고도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하등의 거부감도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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