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 대관식 미사 다장조 K-327 피터 슈라이어 Coronation Mass in C major
MOZART Coronation Mass in C major
Ave Verum Corpus
모짜르트의 대관식 미사곡은 총 19개의 미사곡 중에서 16번째의 작품입니다. 미사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미사 통상문-매 주일 같은 가사로 노래 되는 부분-이며 다른 하나는, 미사고유문-매 주일 다른 가사로 노래되는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대관식은 미사통상문이며 여섯 곡으로 4부 합창(S.A.T.B.)과 4부 솔로(S.A.T.B.)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미사곡은 원래 카톨릭음악 이었지만 지극히 예전적인 음악이어서 개신교에서도 많이 연주되고 있으며 교리에 어긋남이 없음을 밝혀두고 있습니다. 번역에 있어서도 원문을 그대로 인용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Credo-신앙고백-부분은 개신교의 사도신경 원문을 채택했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듣고자 하는 대관식 미사곡은 "미사통상문"을 위한 작품입니다. 미사곡은 직접 미사를 위한 작품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작품으로서 들을 수 있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미사곡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을 대관식 미사곡은 구노의 "장엄미사"와 견줄만한 대곡입니다.
Peformer: Leipzig Radio Choir / Dresden State Orchestra
Conductor: Peter Schreier
대관식미사에 대하여
대관식 미사는 그의 나이 23세에 잘츠부르크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어떤 모짜르트 해석가는 그의 나이 25세에 황혼의 삶을 느꼈다고 할 만큼 짧은 생애, 긴 음악이란 말이 어울릴만한 나이에 작곡한 것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그는 또 이 시기에 잘츠부르크 대사교 궁정 음악가로 봉직 했기에 당시의 대부분의 곡이 교회음악으로 작곡되었다. 대관식은 독일과 프랑스 등지의 여행이후에 작곡되었기에 더더욱 힘이 있고 규모가 크며 전통적인 교회 양식에 의한 호모포닉 (homophonic - 선율과 화성이 서로 뚜렷하거나 음악의 텍스츄어가 화음진행 위주로 된 양식) 스타일로 작곡되었습니다.
제1곡 Kyrie (키리에: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전주 없이 바로 합창이 엄숙한 가운데 시작된다. 한국교회의 예배에서는 별로 찾아 볼 수 없으나 한국 장로교회 예배의 근간을 이루는 스코틀란드 장로교회의 예배에서 참회의 기도가 이 부분에 해당된다. 하나님 앞에 죄인일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이 주님께 은혜를 구하는 가사로 되어있다. 소프라노솔로에 이은 4중창은 이 곡 전체의 주제라고 볼 수 있는 멜로디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마지막 곡인 아뉴스데이의 중창과 합창에서 재현된다.
제2곡 Gloria (글로리아: 주께 영광)
예배에서 송영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찬양한다. 장엄하고 우렁찬 합창이 1곡 키리에에 연결되어 연주된다. 하나님의 위엄과 공의가 장대한 선율과 합창 속에 울려 퍼지며 또한 하나님의 사랑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간간히 엮어진다. 마지막부분은 장대한 아멘송으로 이루어져있다.
제3곡 Credo(크레도: 나는 믿나이다)
매주일 고백하는 사도신경을 가사로 노래하는 부분이다. 모두가 한 하나님을 고백하는 것을 상징하듯 제창으로 노래하는 부분이 많으며 주께서 십자가에 달리사 고난 받으시고 죽으시는 장면을 빼고는 시종 박력 있고 바른 페시지로 되어있다. 전체 곡 중 이 곡이 가장 길고 규모가 큰 합창곡으로 되어있으며 소프라노 솔로와 이중창이 중요한 부분에 나타난다.
제4곡 Sanctus (쌍투스: 거룩하시다)
성찬예식 시작에 주로 불리어지는 곡으로 우리말로 구태여 번역하면 거룩송이 된다. 거룩 이라는 가사를 빼면 나머지는 글로리아에 나오는 가사와 거의 같다. 느리고 장엄하게 시작되는 첫 부분과 경쾌한 호산나찬양을 노래하는 두번째 부분으로 나뉜다. 비교적 짧은 곡으로 되어있으며 두번째 호산나 찬양부분은 다음 곡인 베네딕투스에 다시 나온다.
The Anointing of Tsar Alexander II of Russia, 7 September 1856.
제5곡 Benedictus (베네딕투스: 복 있도다)
예배의 축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아름다운 전주와 4중창 선율이 우리를 감동시키며 중간중간 상투스에서 나온 호산나 찬양 부분이 등장한다.
합창단이 가사를 다 외워서 부릅니다. 라틴어는 우리가 영어발음기호 읽듯이 읽으면 되는데, 전문적으로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당히 어려워 합니다.
미사곡은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원어로 연주하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곡이 아닌 미사곡의 도입은 이러한 문제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노래할 경우 청중들이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러한 전달상의 어려움은 오히려 원어로 곡을 부르면서 원어 가사를 번역하여 자막으로 비춰주는 방식으로 요즘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람직한 미사곡의 연주는 고유한 가사를 노래하는 것이 가장 타당성이 있겠습니다.
제6곡 Agnus Dei (아뉴스데이: 하나님의 어린양)
역시 성찬예식에서 주님의 고난을 노래하는 곡이다. 곡 처음 부분에 나오는 느린 소프라노 솔로는 이 곡의 그 어느 부분보다도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고 있다. 후반에는 이 곡 전체를 끝내는 강렬한 합창이 전개되는데 처음 곡 키레에에서 보여준 선율이 재등장한다.
Agnus Dei (아뉴스데이)의 소프라노 독창 선율은 모짜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에서 백작 부인의 아리아(제3막 제19번) 첫 부분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 곡에서 따온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으며, "엘비라"라는 영화음악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래 미사곡은 Kyrie(키리에), Gloria(글로리아), Credo(크레도), Sanctus(쌍투스), Agnus Dei(아뉴스데이) 5개의 곡들이 항상 들어가는데, 이 작품은 제4곡과 제5곡 사이에 Benedictus(베네딕투스)가 있습니다. 반면 구노의 "장엄미사"에는 Benedictus(베네딕투스)가 아닌 Offertoire(오페토리아)가 들어있습니다. Offertoire(오페토리아)라는 것은 '봉헌송'이라 하며 기본적으로 미사곡은 Kyrie(키리에), Gloria(글로리아), Credo(크레도), Sanctus(쌍투스), Agnus Dei(아뉴스데이) 5개의 곡이 항상 기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모짜르트처럼 Benedictus(베네딕투스)가 들어 가기도 하며 또는 구노같이 Offertoire(오페토리아)가 들어가는 작곡가에 따라 조금 다른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Kyrie (키리에)는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이며, Gloria(글로리아)는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 ), Credo(크레도)는 '사도신경', Sanctus(쌍투스)는 '거룩하시다', Benedictus(베네딕투스)는 모짜르트가 '복 있도다'라는 뜻으로, Agnus Dei(아뉴스데이)는 마지막 곡으로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고 해석 할 수 있습니다.
K-618 Ave Verum corpus(귀하신몸)
지상에서 미리 느껴보는 천상의 맛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1791)가 여덟 살 때 첫 번째 교향곡을 썼다는 사실을 놓고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차르트는 여덟 살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이런 천재는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천재인 것입니다. 그는 하늘이 완성시켜 이 땅에 내려보냈습니다.”
음 악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도 마치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듯한 이 모차르트라는 천재는 서른여섯살 짧은 생애의 마지막 해였던 1791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그는 일찍부터 많은 미사곡과 연도곡, 칸타타 등의 교회음악을 작곡했지만, 결혼한 직후인 1783년에 ‘C단조 미사’를 작곡하다 중단한 뒤로는 교회음악을 작곡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삶의 마지막 해에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듯 성체찬미가인 ‘아베 베룸 Ave Verum Corpus’과 ‘레퀴엠 Requiem’을 작곡했다. 그밖에도 모차르트는 이 해에 프라하에서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를 초연했고, 빈에 돌아와서는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렸다.
‘아베 베룸(KV618)’은 불과 3분 20초 남짓한 라틴어 합창곡이다. 첫 마디에 나오는 ‘아베’는 ‘안녕하세요’ 또는 ‘찬미 드립니다’라는 인사이고, ‘베룸’은 ‘진실한’ 또는 ‘참된’이라는 뜻. 그리고 ‘코르푸스’는 ‘몸’을 뜻한다.
“동정녀 마리아께서 나신 참된 성체께 찬미 드립니다/ 진실로 고통을 당하시고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성체여/ 찔리신 옆구리에서는 물과 피가 흘렀습니다/ 죽음의 시험이 닥칠 때 저희가 당신을 통해 천상을 예비하게 해주소서.”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처음 쓰여진 이라틴어 시는 1300년 경에 교회기도문으로 받아들여졌고, 다양한 버전으로 퍼져나가면서 중세에 이미 작곡이 되어 노래로 불렸다. 1791년 늦봄부터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빈 근교의 휴양지 바덴에 가 있었고, 그곳에서 아들 프란츠 크사버 볼프강 모차르트를 출산했다. 이시기에 빈에서 일하면서 몇 차례 아내를 만나러 바덴에 갔던 모차르트는 그 도시에서 합창 지휘자로 일하던 친구 안톤 슈톨을 위해 이 모테트 ‘아베 베룸’에 곡을 붙여주었고, 이 곡은 이 해 성체성혈대축일이었던 6월 17일에 바덴에서 초연되었다.이곡의 악보에 모차르트는 ‘소토 보체sotto voce’(부드럽고 여린 소리로)라는 한 마디만을 써넣었다. 악보 위에는 다른 어떤 연주 지시도 적혀 있지 않다. 그래서 지휘자의 곡 해석에 따라 연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곡이다. 네빌 마리너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연주를 비교해보면 이런 차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감상자가 듣고 싶어하는 음악은 한없는 평화로움과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마리너의 ‘아베 베룸’일 것이다. 그러나 아르농쿠르는 조금은 거친 듯한 음색으로 이 곡의 소박함과 간절함을 부각시켰다.
단순한 멜로디를 지닌 이 곡은 4성부 합창 및 현악기와 오르간의 반주만으로 이루어진다. 모차르트가 이처럼 작품을 심플하게 만든 것은 친구 안톤 슈톨이 이끄는 합창단의 규모를 고려한 탓이기도 하지만, 계몽적인 개혁을 원했던 당시 오스트리아 군주 요제프 2세의 지향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요제프 2세는 민중의 소박함을 담은 ‘오스트리아적’인 음악을 원했고, 특히 교회음악은 텍스트가 명료하고 길이가 짧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1780년대 중반부터 그가 작곡한 기악곡들과 비교해보면 모차르트는 이 ‘아베 베룸’을 기점으로 작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당연히 이 곡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음악평론가 알프레트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과 ‘레퀴엠’을 비교하며 “하나는 소품이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완성되었고, 다른 하나는 대작이지만 미완성으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모차르트 외에도 윌리엄 버드, 에드워드 엘가, 카미유 생상스 같은 작곡가들이 이 ‘아베 베룸’을 작곡했다. 특히 죽음의 순간에 성체께서 도움을 주시기를 간구하는 마지막 행 때문에 이 곡은 종종 장례예절에 사용된다. 작년에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파바로티의 사랑을 받았던 시각장애인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이탈리아 모데나시의 장례미사 때 이 노래를 불렀다.
명료하고 강렬한 감동으로 복잡한 마음을 정결하게 비워주는 ‘아베 베룸’.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음악과 더불어 가슴에 사무치는 이 곡은 수많은 모차르트의 대작을 물리치고 ‘최고의 작곡가가 남긴 최고의 작품 opus summum viri summus’이라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얻으며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애창되고 있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안젤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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