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5. 14:29

교활

프랜시스 베이컨

 

교활

 

음험하고 비뚤어진 지혜를 교활이라 한다.교활한 사람의 정직 여부만이 아니라,

 

능력에서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 세상에는 카드를 교묘하게 섞어서 눈속임을 할 줄

 

알면서도 정작 카드놀이를하여 이득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유세와

 

파벌에는 능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나약한 사람이 있다. 또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사태를 이해 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들의 심리는 완벽하게 꿰뚫으면서도 실질적인 업무의 능력은 대수롭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는 책보다 사람에게 더욱 골똘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좋은 충고보다 모략을 기대할 만하다. 그들은 상대하는 사람들만은 속속들이 알고 있으나,

 

새로운 사람들과 접하여 간계奸計를 펼 수는 없다. 따라서 어리석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을 구별

 

하는 옛사람의 방식, "모두 벌거숭이 모습으로 낯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면 알 수 있다."

 

는 방식은  이 경우에 빈틈없이 들어맞는다

 

교활한 사람들의 방식은 잔꾀에는 잡화상의 잡화만큼 가지각색이므로 그 상점을 들추어

 

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교활의 한 가지는 이야기 상대의 얼굴을 눈으로 빈틈없이 살펴

 

두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중에도 마음속의 비밀을 안색에 환히 드러내는 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꾀가 예수회 사람들에게는 교훈처럼 되어 있다. 때로는 시치미를 떼고 눈길을 아래로

 

내린 척하면서 상대를 살피기도 해야 할 것이다. 역시 예수회 사람들이 곧잘 활용하는 방법이다.

 

또 한가지는 쉽게 빨리 해치워야 할 일이 있을 때 엉뚱한 화제를 가지고 목표로 한 상대방을 농락

 

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어 반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법안의 서명을 받고자 할 때, 반드시 먼저 다른 국정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여왕으로 하여금 법안 자체에는 마음을 조금만 쓰도록 한 자문관이요. 대신이었던 한 사람을 안다.

 

상대방이 바빠서 제안된 문제를 차분하게 숙고한 겨를이 없을때 안건을 내어놓는 것도 이와 비슷한

 

기습이다.

 

만약 누군가가 솜씨 있고 효과적으로 제안할 우려가 있는 안건을 방해하고자 하면, 그 일이 잘되어

 

가기를 바라는 척하면서 사실은  좌절될 방식으로 문제를 스스로 제안하면 된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다가 말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면 이야기하던 상대방에게 더욱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이든 자진해서 제언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질문을 하다가 우연히 알아낸 듯이 될 때 더욱 효과적이므로,

 

평소와는 다른 표정과 안색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에게 질문의 미끼를 던질 수있다.

 

무슨 일이 생겼느냐고 물을 수 있는 계기를 상대방에게 주려는 목적이다.....

 

 

 

자신이 전면에 나서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세상의 이름을 빌려"세상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든가.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또한 교활한 수법이다.

 

 

 자질구레한 잡화,즉 자질구레한 교활한 수법은 무한히 많다. 이들 수법을 목록으로 만들어두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교활한 자가 현명한 자로 행세하는 것만큼 나라에 해를 끼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일에 발을 들여놓고 난처한 지경을 모면하는 꾀는 있으면서도 일의 핵심에 접근할

 

줄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계단과 출입구는 편리하게 되어 있지만 쓸 만한 방은 하나도 없는

 

집과 같다. 따라서 그러한 자들은 논란의 결말을 맞아 교묘히 빠져나갈 줄은 알지만 문제를 검토하고

 

토의할 능력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리어 자신의 무능력을 이용하여 사소한 토론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 지도자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세인들이 인정해주길 바란다. 어떤 사람은 건실한

 

역량에 토대를 두지 않고 남을 속이고(방금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남에게 술책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솔로몬은 "슬기로운 자는 그 행동을 삼가지만 어리석은 자는 온갖 말을 믿느니라"고 말했다.

'좋은글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잃어버린 환상  (0) 2013.11.02
도덕감정론 발췌- 애덤스미스  (0) 2013.10.24
거짓말쟁이들에 대하여-몽테뉴  (0) 2013.08.22
마라시력설-루쉰  (0) 2013.08.17
프랜시스 베이컨 에세이  (0) 2013.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