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의 글을 보다가 "차마 CDP에 올려 놓을 수 없는 곡"이라는 표현을 보았다.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곡의 담고 있는 인생의 애절함이 너무 극한적이라 차마 CDP에 올려 놓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는 것이다. 정신이 멀쩡하던 사람도 이 곡을 듣고 나면 너무나 애절한 기분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튼튼한 구성을 가진 이 작품 역시 뮐펠트를 위해 작곡되었다. 이 곡은 브람스가 삶의 마지막 시기에 이르러 뒤돌아본 감상이 담담하게 그려졌고, 감미로운 젊은 날의 추억과 운명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체념, 가슴을 죄는 듯한 슬픔과 고독 등이 펼쳐진다. 작곡 당시 브람스의 가슴에 자리했던 감상이 모두 담겨 있는 작품이다. 아울러 형식적인 면에서도 가장 잘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작품개요 및 배경
클라리넷 5중주(B단조 Op.115)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와 견줄 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클라리넷 선율은 각별히 친밀감 있는 표현력을 지닌다. 특히 변주곡인 느린 악장에서 독주 악기로서의 클라리넷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대체로 악기의 표현적인 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지도적인 역할과 화성적인 보조적 역할을 모두 수행하도록 하여 현악기의 짜임새 안에 클라리넷을 잘 융합시켰다. 1악장의 첫 주제는 다른 실내악곡에서는 보기 드물게 명상적이며 즉흥적인 성격을 띠는데, 이는 다음에 작곡할 일련의 피아노곡(테르메초)에서 발견되는 경향을 암시한다.
브람스의 음악세계는 그가 받은 교육에의 영향으로 독일 낭만파 가운데서 비교적 보수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15세기 이후 대가들의 작품을 이어받아, 그 전통 위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개성을 추구하려 했던 결과 비교적 중후하고 서정적인 작품을 쓰게 되었다.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은 그의 창작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내악 작곡에 대한 정열은 평생을 두고 계속되는데, 이는 타오르는 자신의 내면 감정을 담아내는데 가장 적합한 음악형식이 실내악이었기 때문이겠다.그는 그의 나이 57세 때인 1890년 G장조의 현악5중주 작품 111을 완성한 후 당분간 작곡을 중단하고 휴식하기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3월 마이닝겐에서 있은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가 뮐펠트(RichardMuhlfeld 1856-1907)의 연주는 브람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으며,브람스는 그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써주고자 결심하였다. 이리하여 뮐펠트는 브람스의 영감을 자극하여 그로 하여금 클라리넷를 위한 작품을4편씩이나 작곡하게 하였는데, 하나 하나가 대작일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의 작품들과 더불어 클라리넷 레파토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를 위한 3중주 A단조, 작품 114번, 그리고5중주, 또한 F단조와 E플랫 장조의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위한 2곡의 소나타, 작품 120이다. 3중주와 5중주는 거의 동시에 완성되었으며, 모두1891년 11월 24일 마이닝겐에서 초연되었다.전설적인 연주와 요제프 요아힘이 제1바이올린을, 마이닝겐 관현악단의 멤버들이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 유명한 첼리스트이며 요아힘4중주단 단원인 로베르트 하우스만 등이 뮐펠트와 연주 그룹을 형성했으며, 뮐펠트, 브람스, 하우스만은 트리오를 연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