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토 2012. 11. 6. 10:20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어디로 이사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

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 가는 단지 그런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인간 세상이 살기 어렵다고 해도 옮겨 갈 나라는

없다. 있다고 한다면 사람답지 못한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사람답지 못한 나라는 인간 세상보다 더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옮겨 살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가 어렵다면, 살기 어려운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서 짧은 생명을, 한 동안만 이라도

살기 좋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서 시인이라는 천직이

생기고, 화가라는 사명이 내려진다. 예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인간 세상을 느긋하게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까닭에 소중하다.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기 어렵게 하는 번뇌를

뽑아내고, 고마운 세계를 직접 묘사해내는 것이 시고 그림이다.

혹은 음악이고 조각이다. 자세히 말한다면 묘사해내지 않아도 좋다.

그저 직접 보기만 하면 거기에서 시도 생기고, 노래도 샘솟는다.

착상을 종이에 옮기지 않아도 보옥이나 금속이 부딪쳐서 나는 소리

는 가슴속에 일어난다. 단청은 그림판을 향해 칠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색의 화려함은 스스로 심안에 비친다. 다만 자기가 사는 세상을

이렇게 관조할 수 있고, 영대방촌의 카메라에 요계혼탁의 속계를 맑고

이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성의 시인에게

는 시 한 구절 없어도, 무색의 화가 에게는 생견이 없어도 세상을 관조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이 같이 동일하지 않은 둘, 있을 수 없는 하늘과

(건곤)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사리사욕의 속박을 소탕한다는 점에서,

천금갑부의 아들보다도 만 명의 병사와 수레를 거느린 대군주보다도 모든

속계의 총아보다도 행복하다. 세상에 살게 된지 이십 년이 지나서야,

세상이 사는 보람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십오 년이 지나서야 명암

은 겉과 속처럼, 볕이 드는 곳에는 반드시 그늘이 드리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른이 된 지금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기쁨이 깊을 때 우수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것을 따로 분리하고자 하면 처신을 할 수

없다. 정리하려고 하면 세상살이가 되지 않는다. 돈은 소중하다. 소중한 것이

많으면 잠자는 동안에도 걱정이 될 것이다. 사랑은 기쁘다. 기쁜 사랑이 쌓이

, 사랑하지 않던 옛날이 오히려 그리워질 것이다, 각료의 어깨는 수백만 명

의 다리를 지탱하고 있다. 등에는 무거운 천하가 업혀 있다. 맛있는 음식도 먹

지 않으면 아쉽다. 조금 먹으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마음껏 먹으면 나중에 불쾌

해진다..... .